DDS Project, Jecheon, 2026, In progress




| Program | Commercial, Stay |
| Location | Jecheon |
| Area | 190 ㎡ |
| Building Size | 2F |
| Collaborator | |
| Client | DDS 뒷동산 |
| Construction | BACH P&D |
| Status | Under construction |
개념 — 환원이 아니라 회복
대지는 이미 한 차례 손을 탄 곳이었다. 이전 토지주가 보강토 옹벽을 세우고 경사를 정리하면서, 이 자리가 원래 갖고 있던 지형은 지워진 뒤였다. 그래서 우리에게 주어진 질문은 "무엇을 지을 것인가"가 아니라 "지워진 땅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였다.
지워진 것을 되찾는 데에는 두 가지 동작이 있다. 하나는 환원이다. 지워지기 전의 상태 — 원래의 경사, 원래의 수계, 원래의 식생 — 을 재현하려는 시도. 이것은 고고학적 복원에 가깝다. 다른 하나는 회복이다. 그 지워짐을 인정한 채로, 이 땅이 지워지기 전에 갖고 있던 감각과 관계를 다른 방식으로 되찾아오는 것. 이것은 새로운 지층 하나를 얹는 일이다.
우리는 회복을 택했다. 이미 깎여나간 등고선을 흉내 내는 일은 또 하나의 인공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선택은 우리가 오래 붙들어온 논리와 정확히 같은 구조를 갖는다.
그렇다면 무엇을 회복할 것인가. 잘려나간 경사의 곡선인가, 사라진 수목의 밀도인가. 우리가 택한 것은 이 땅이 원래 갖고 있던 걸음의 방식이었다. 등고선을 따라 오르내리던 몸의 리듬, 높이에 따라 시선이 걸리던 순간들. 이 프로젝트는 그 걸음을 되찾는 일에서 시작된다.
대지 — 하나의 순환
충청북도 제천 금성면, 국사봉을 등진 경사지다. 간선도로에서 갈라진 진입로가 대지 안쪽까지 이어지고, 도로 위쪽은 농경지로 남는다. 대상지는 그 도로 아래, 약 9미터의 고저차를 품은 비탈에 자리한다.
이 땅을 우리는 하나의 순환으로 읽었다. 밀이 자라고, 야생 효모로 누룩이 발효되고, 술이 빚어지고, 사람이 머문다. 재배지와 양조장과 스테이는 각각의 프로그램이기 이전에, 이 땅에서 이어지는 한 생애의 국면들이다. 계단식으로 정리한 재배 구획은 수확을 위한 밭이면서, 동시에 방문객이 걸으며 마을을 구경하는 완만한 산책의 지형이 된다. 앞서 되찾으려 한 걸음의 방식이, 여기서 다시 공적인 걸음으로 열린다. 사적인 경사지였던 땅이 오르내리며 머무는 장소로 돌아오는 것이다.
공간 — 걸을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
양조장은 땅에 반쯤 묻힌다. 발효가 땅속 어둠과 항온의 시간 안에서 일어나듯, 양조의 공간도 지면 아래로 내려가 정면의 창만을 바깥에 내어준다. 건물이 먼저 보이지 않고, 땅의 켜가 먼저 읽힌다.
드러나는 부분은 처마다. 세 단으로 흐르는 곡선 처마가 두 겹으로 겹치며 정면에서 하나의 조형을 이룬다. 이 선이 직선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했다. 안으로 들어서면 서 있는 자리마다 천장의 끝선이 달라지고, 그 끝선이 바깥 풍경을 매번 다르게 오려낸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프레임이 새로 그려지는 셈이다. 개념에서 회복하려 했던 걸음의 방식이, 공간에서는 걸을 때마다 바뀌는 풍경으로 되살아난다. 지상의 스테이도 같은 문법을 따른다. 머무는 사람은 상부 처마의 끝선을 통해 비탈 너머를 바라보게 된다. 우리가 설계한 것은 방(房)이라기보다, 풍경을 바라보는 각도였는지도 모른다.
재료 — 시간이 남긴 표정
이 건축의 인상은 콘크리트에서 온다. 양면을 노출로 마감한 중단열 콘크리트 벽은 안과 밖 모두 재료 그대로를 드러낸다. 표면은 일부러 매끈하게 다듬지 않았다. 여러 번 쓴 헌 유로폼을 거푸집으로 삼아, 탈형된 면에 거친 살결과 세월의 흔적이 남도록 두었다. 보통은 결함으로 여겨질 마모를, 이 땅의 시간에 어울리는 표정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 위에 녹색 미네랄 도장을 입힌다. 색은 도장이 맡고, 질감은 콘크리트가 맡는다. 두 역할을 나눈 것은, 재료가 각자의 목소리로 말하게 하기 위해서다. 완성된 벽은 매끈한 마감재가 아니라, 만들어진 과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하나의 물질적 인상으로 남는다.
존재하되, 주장하지 않는 것. 회복은 지워진 것을 되돌리는 일이 아니라, 이 땅 위에 새로운 지층 하나를 조용히 얹는 일이었다.